급여, 정년 등 법적 규정 없어 임의 처리 가능
문제 드러나도 이름 공개 않는 교육청도 공범

제주도교육청이 도내 전체 사립유치원에 대해 특정감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20개원 중 9개원에서 24건의 문제 사례가 적발됐다(11월 29일자 1면 참조). 감사 보고서에는 교사들에겐 낮은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면서 본인은 한 달 1000여만원이 넘는 급여를 가져가고, 교사들을 보내야 할 연수에 가족을 보낸 원장들의 민낯이 드러났다.
▲법적 기준 전무
이번 감사 결과를 본 많은 시민들은 일부 유치원 원장들의 상식을 벗어난 회계 해태 행위에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하지만 문제가 적발된 9개원 중 도교육청이 경찰에 수사를 요청한 유치원은 3개원뿐이다. 그것도 경찰 고발이 아닌 수사 요청 형식으로 말이다. 이유가 뭘까.
교육 및 업계 관계자들은 근본적인 원인으로 사립유치원의 임금 수준과 정년 기준 등을 따로 규정한 법률이 없다는 점을 든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복무규정에 대해서만 공립유치원에 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감사에서 2016년 공무원 보수규정의 교사 최고호봉 기본급보다 2배 가까이 많은 ‘886만원’과 ‘544만원’을 월 기본급으로 가져간 원장이 여럿 적발됐음에도 도교육청은 이들에게 회수 조치조차 내리지 못 했다.
다만 교육청은 사립학교법에 교비회계를 다른 곳에 쓰지 못 한다는 규정을 유추해석해 과도한 급여를 가져간 원장을 사립학교법 위반 등으로 경찰에 수사 요청한 상태다.
▲t실명 공개않는 교육청도 문제
사립유치원 비위 행위가 반복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제주도교육청의 미약한 대응을 꼽을 수 있다.
도교육청은 일선 학교 감사와 달리 사립 유치원에 대해서는 감사 결과를 익명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번 감사에서도 그랬다.
도교육청은 일부 사립유치원들이 법적 제도 미비와 전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의 규정을 이유로 출납부를 제출하지 않는 등 협조적이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일선 사립유치원들의 해태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
실제 이번 감사에서는 2015년 감사에서 과도한 급여 수령으로 견책 처분을 받은 원장이 또다시 성과상여금으로 857만여원을 가져간 사례가 발견됐다. 교육청 감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된다.
30일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가 도교육청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자리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도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간 외부에 일절 회계를 공개하지 않던 사립 유치원에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라며 “내년부터 정기 종합감사를 시행하면 모두 공개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제주도특별법 특례조항을 활용해 전국 최초로 제주에서 사립유치원의 급여 기준 등을 마련하도록 관련 부서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제주에는 96개교 140학급에 2817명(96개교 140학급)의 원아들이 병설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그러나 20개원의 도내 사립유치원에는 이보다 많은 3125명이 재원하고 있다. ‘20개 사립유치원’이 단순한 유치원이 아닌 이유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일부 사립유치원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원아는 물론 교사들도 굉장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오늘 도의회 심의에서 윤춘광 의원이 늑대들에게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맡겨놓았다고 말한 것이 결코 과하지 않다”고 도교육청의 강단 있는 대책을 주문했다.
한편 만 3~5세 무상보육 정책(누리과정)이 확대되면서 현재 사립유치원은 전체 운영비 중 80%(나머지는 수익자 부담, 원아당 9만~19만원)를 공적 자금으로 지원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