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교육현장

“생각하고는 달라요. 다문화가정 자녀라고 해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외모가 크게 차이나지 않거든요. 공부를 잘하거나 학교생활에 적극적인 아이들도 많고, 또, 요즘은 다문화 친구들이 워낙 많아서 이들을 낯설게 느끼는 분위기도 많이 줄었어요. 다만 어느 날 갑자기 우리 학급에 중도입국자녀가 들어온다면 그 문제는 좀 다르죠. 말이 안 통하니까요.”
▲다양성을 점차 인정하는 아이들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학교생활을 듣기 위해 만난 도내 초등학교 교사들은 하나같이 교실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다문화가정 자녀가 늘면서 옆자리에 한쪽 부모의 국적이 다른 친구가 앉더라도 크게 이질감을 느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다문화가정’ 가운데에서도 엄마의 언어능력이나 관심도에 따라 아이들의 발달정도가 다양하고, 가정의 경제력과 부모의 상황도 제각각이라고 전했다.
실제 다문화교육 정책연구학교였던 서귀포 모 초등학교의 2016년 보고서를 보면 다문화가정 자녀 9명 중 입학초기단계인 1학년을 제외한 8명에 대한 학생실태조사에서 7명의 국어점수가 80점을 넘는 등 상당수가 긍정적인 점수를 보였다. 담임교사의 면담 및 관찰에서도 대부분의 학생이 보통 이상의 학습참여도를 보였고, 일부는 임원을 맡는 등 학교생활에 적극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해당 학교의 연구부장 교사는 “엄마와 가정의 상황에 따라 아이들의 발달정도가 다를 뿐, 예전처럼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공통적으로 낮은 학습능력을 보이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다문화가정 자녀를 일반화하는 시각에 우려를 표했다.
이 같은 이야기는 도내 초등학교 중 다문화가정 자녀가 39명으로 가장 많은 제주시 모 초등학교 교사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해당 학교 다문화 담당 교사는 “학부모가 동의하고 아이들이 의지만 가지면 학교에서 언어와 학습을 지원해주는 기관에 연결을 해주기 때문에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크게 어려움이 없다”고 전했다.
▲어느 날 제주로, 이 땅이 더 외로운 아이들
그러나 다문화가정 자녀 중 ‘중도입국자녀’들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중도입국자녀란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 부모의 재혼과 취업 등으로 한국어 들어온 아이들을 말한다.
이들은 한국에 들어온 뒤 외국인 신분으로 학교에 입학하고, 이후 한국인인 아버지가 입양을 하거나, 외국인 신분이었던 엄마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입적시키는 방식으로 한국인이 되어간다.
그러나 이 과정에 여러 해가 걸리고, 대개 부모의 이혼을 겪은 뒤 낯선 나라에서 새 가족과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에 학습, 진로, 정체성, 가족관계 등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사들은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현장에 바로 편입되는 것 자체가 중도입국자녀를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관심을 주려 해도 말이 안 통하고 대다수가 어느 정도 성장을 해서 오기 때문에 접근이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담임교사 한 사람이 도움을 주기에는 이들이 겪는 곤란함이 너무 커 우리도 한계를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중도입국자녀들이 한국에 들어온 후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한국의 문화와 내 고장의 지리, 언어를 익힐 중간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시스템이 집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있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17개시도 가운데 다문화 혼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북(8.4%)과 제주(8.2%)다. 그리고 2016년 지금 제주에는, 부모가 국제결혼을 함으로써 제주에 살게 된 아이들이 한명 한명을 더해 1258명(재학생 기준, 이 중 중도입국자녀 123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