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 복개구조물 걷어내야”
“한천 복개구조물 걷어내야”
  • 고상현 기자
  • 승인 2016.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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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기둥 물흐름 방해 큰 비에 물난리 반복
태풍 ‘나리’이어 이번에도 주택침수 발생
▲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한천로 복개지에서 침수피해가 잇따른 가운데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복개 구조물을 걷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쓰레기와 꺾인 나무 등이 걸려 있는 제주시 용담동 한천로 복개지 기둥. 고상현 기자 kossang@jejumaeil.net

“복개 구조물을 걷어내야 합니다.”

6일 오전 11시께 제주시 용담동 한천로 복개지 인근 모 사무소 대표 A(58)씨가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넘친 하천물 때문에 사무실 바닥까지 밀려온 토사를 바깥에 퍼내며 이렇게 말했다. A씨는 “다른 곳은 침수 피해가 덜한 데 유독 복개지 주위로 이번에 피해가 상당하다”며 “사무실 안으로 물이 50cm 가량 차올라 중요한 파일이 든 컴퓨터 하드가 망가져서 당분간 일을 못 할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바로 옆에 있는 가정집의 경우에는 태풍 당시 집 안으로 2m 가까이 물이 차올라 가전제품 등 생활용품을 모두 버려야 했다. 주변 다른 집의 경우에도 이불 등 집안 물건들이 마당으로 모두 빠져나오고 집 안에 흙탕물이 가득 차 당분간 사람이 생활을 못 할 지경이었다. 이 집 주인인 현정희(84)씨는 “2007년 나리 태풍 때도 이만큼 심하지 않았다”며 “복개지 주변 집만 이런 걸 보면 복개 구조물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제18호 태풍 ‘차바’로 한천로 복개지에 물이 범람하면서 차량 수십 대가 쓸려가고, 인근 주택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하는 등 제주 지역에서 가장 피해가 컸다. 이에 따라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물의 흐름을 원활히 하도록 복개 구조물을 걷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복개지의 상판구조를 떠받드는 기둥들에 한라산에서부터 내려오는 나무나 생활쓰레기 등이 걸리면서 물의 흐름을 막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 기자가 직접 한천로 복개지 아래로 내려가 살펴본 결과 수십 개의 시멘트 기둥들이 촘촘하게 복개지의 상판구조를 지지하고 있었다. 기둥마다 2~4m에 달하는 나무 등이 걸려 있었다. 양성기 제주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한천로 복개지의 경우 (지지대가 없는) 병문천 복개지 등과는 달리 지지대가 있어 폭우가 내릴 시 쓰레기 등이 걸려 하천 범람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태풍 ‘나리’ 당시 도심 하천 범람 피해 등을 계기로 만든 한천 저류지가 제 구실을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처럼 시간당 170mm 이상의 폭우가 내려 빗물이 일시에 몰릴 경우 현재의 72만t 규모의 저류지 용량은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는 애초에 실시설계(89만t) 당시보다 19% 부족한 규모다. 제1저류지 보완 성격의 제2저류지의 경우는 한천 원류보다 10m 높은 지대에 있어 물이 차지도 않아 제 기능을 못 했다.

양 교수는 “이번 태풍을 통해 저류지 설치만 했지 충분한 입지 검토나 어떻게 과학적으로 운영할지 연구조사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며 “나리 이후에도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여전한 만큼 복개지나 저류지 등을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등 태풍 피해 원인 규명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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