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농협 감귤가격대책 ‘생색내기’ 논란
道·농협 감귤가격대책 ‘생색내기’ 논란
  • 진기철 기자
  • 승인 2015.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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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하나로마트서 ‘소비촉진할인행사’
농가 “이미 폭락했는데 더 내릴게 어디 있나”
가격 비싸서 안먹나…전형적 전시행정 지적

제주감귤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만원대 미만으로 떨어져 회복하지 못하면서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 제주도와 농협은 ‘소비 촉진’이라는 이유로 하락할 대로 하락한 ‘감귤가격 할인’에만 의존하며 ‘값 싼 과일’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켜 나가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순 ‘가격 할인’이 지속될 경우 가격 상승 시 소비자들의 구매 외면을 불러 올 수 있는가 하면 산지에서는 유통업체의 공급가격 인하요구로 이어져 농가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칫 대형 유통업체들이 할인행사 때 감귤을 ‘미끼상품’으로 내걸며 가격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감도 나온다.

때문에 ‘제 값 받기 운동’을 통해 소비 촉진을 도모하는 한편 농가 지원책 마련에 더욱 힘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주도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전국 도매시장 감귤 경락가격은 10㎏ 1상자당 9300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1만1900원에 비해 21.8%, 2013년 1만4300원 견주면 35.0% 급락한 수준이다.

지난 3일 평균가격 9900원으로 농가 심리적 안정 가격대인 1만원선이 무너진 이후 한 달 가까이 반등하지 못하면서 농가의 시름만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 생산예측에 실패한 제주도는 물론 판매농협 구현을 외치고 있는 농협은 소비촉진을 위해 지난 17일에 이어 28일부터 다시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감귤 할인판매에 나서면서 보여주기 식의 정책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한 농민은 “감귤을 출하해도 돌아오는 돈이 거의 없다. 이미 폭락할 대로 폭락했는데 더 이상 내릴게 어디 있느냐”며 “현 상황이 계속되면 소득은 하락하고 상승하는 생산비로 빚만 늘어 이중고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제 값 받기’ 운동과 더불어 향후 닥칠 영농자재 외상구매대금 상환기간 무이자 연장과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행정력을 집중시켜 나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또 이중고에 시달리는 농가 경영비 절감을 위해 농협이 영농자재를 매입원가에 판매하는 등의 고통분담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반복되는 가격 하락 문제에 대비한 유통과 판로확대 등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의지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일부 감귤농가는 소비시장 변화에 따라 오렌지로 대체해 생산하고 있다”며 “이는 제주도가 감귤 대체작물이나 품종개발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관심이 부족해 지지부진한 이유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어떻게 생산하고 생산량을 줄일 것인 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지만, 식품가공산업, 기능성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은 물론 지속적인 판로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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