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 토종기업 대결 양상…내일 투표로 결정

제주시 노형동 국민연립주택의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거품을 뺀 실비를 적용한 공사비를 제시한 제주향토기업인 미듬종합건설이 대기업을 뿌리치고 사업권을 따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이번 재건축사업 추진과정에서 대기업이 경쟁상대인 제주기업을 폄하하는 등의 불공정 정보를 제공하고 나서며 조합원들이 정확한 정보 취득에 어려움이 뒤따랐던 만큼, 조합원들이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파악했느냐가 사업권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립주택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오는 5일 오후 3시 제주시 하와이관광호텔에서 조합총회와 2차 합동설명회를 열고 조합원 투표로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번 입찰에는 제주향토기업인 미듬종합건설과 대기업인 SK건설, 한진중공업 등 3개 기업이 뛰어 들었다.
이들 3개 회사의 사업조건을 보면 우선 도급공사비인 경우 한진중공업은 3.3㎡당 476만원을, SK건설은 503만원, 미듬종합건설은 373만원을 제시했다. 이주비용 역시 한진 7000만원, SK 6000만원, 미듬종합건설은 8000만원을 내걸었다.
그런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부 대기업이 재건축조합 조합원 등을 상대로 선물 공세를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경쟁상대인 지역 건설사를 폄하하는 내용의 리플릿을 제작해 홍보에 열을 올리는 등 불공정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사비용인 경우도 3개 기업이 홍보동영상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세대당 200~300만원을 무상 지급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한진중공업은 이사비용을 도급공사비에 포함시켜 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1차 합동홍보설명회 자리에서는 회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조합측이 조합원들의 질문을 막아버리는 등 부적절한 행태가 이어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제주기업 간 추산되는 전체 공사비 차액만 최대 90여억원에 달한다”며 “이는 조합원들의 이익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정확한 정보제공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기업과 제주지역기업이 제시한 도급공사비 등을 놓고 보면 조합원들이 대기업을 선택할 경우 세대당 부담액만 약 1억원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조합원들이 대기업 브랜드를 선택할지 거품을 뺀 실비를 적용해 조합원들의 부담을 줄인 제주기업을 선택한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제주에 재건축 붐이 일면서 향후 대기업들이 자금력을 동원, 사업권 독식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면서 향후 재개발 및 재건축사업에 지역업체들이 참여를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요구된다. 재개발 및 재건축사업에 지역 업체들이 배제될 경우, 지역건설업계 기반이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제주지역은 건축 붐이 일면서 건설업체 증가율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하지만 제주지역에서 발주된 공사 가운데 도내 업체가 수주한 공사액은 1조9580억원으로 전체의 58.7%에 머물렀다. 이 같은 본사 소재지 공사액 비중은 2013년 60.9%보다 2.2% 포인트 감소한 것이며, 2012년 59.4%보다도 줄어든 규모다. 그만큼 지역 업체가 배제되고 자금력이 막강한 대기업 등이 가져가는 공사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상당수의 육지부 지자체는 재건축 등의 대규모 민간사업에도 지역 건설업체 참여 비율을 의무화하거나 지역 업체가 참여할 경우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며 “지역 건설경기 등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