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준비 '3년功' 빼앗은 인사
전국체전 준비 '3년功' 빼앗은 인사
  • 박민호 기자
  • 승인 2014.0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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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능력보다 '새도정 새인물' 단순논리 집행부 구성
단체장선거 사조직 결성 '오라회'사건 당사자 임원 복귀
'협치' 앞세운 원 도정 인사 적정성 놓고 거부감 커질 듯

[제주매일 박민호 기자]
지난 16일 제주도체육회관 1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2014년 임시대의원총회 참석 대의원들은 “그동안 전국체전 준비 등 제주체육 발전을 위해 헌신한 직전 임원들을 중용해 달라”는 뜻을 모아 원희룡 체육회장에게 전달지만, 이 같은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 제22기 집행부는 회장(당연직) 1명, 상임부회장 1명, 부회장 10명(당연직 부교육감 포함), 이사 25명, 감사 3명 등 39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2005년 선거를 앞두고 특정 단체장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한 사조직 결성을 주도한 신모(54) 전 제주도체육회 사무처장이 9년 여만에 체육회 부회장으로 복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체육계 내부에선 당황스런 분위기다.

신 전 사무처장은 김모 단체장의 선거운동 목적으로 이른바 ‘오라회’라는 사조직을 결성해 2차례에 걸쳐 110여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특정인의 선거운동을 위해 사조직을 결성한 행위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죄질이 불량하다”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제주체육계를 정치 소용돌이 안으로 집어넣었던 인물이 부회장으로 복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체육회 안팎에선 이번 인사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체육계 관계자는 “‘협치’를 내세운 현 도정이 직전 집행부의 업무능력 평가는 뒤로하고 전임 도정 사람들이란 이유로 재선임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결국 전국체전의 성공 여부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새 도정이 출범했으니 새로운 인물을 써야한다는 단순 논리로 집행부를 구성한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제주도체육회 규약에 따르면 체육회 임원은 회장(도지사), 부회장(당연직 부교육감 포함) 약간인, 회장·부회장을 포함한 20인 이상 43인 이내의 이사를 둘 수 있으며. 부회장 중 필요에 따라 상임부회장을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당규약에서 정한 이사의 임기는 4년, 감사는 2년이다. 이들은 제주도지사의 임기와 맞춰야 하지만 임기의 기산은 일수의 기준이 아닌 임원을 선출한 총회를 기준으로 하며, 연임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다. 이와 함께 임원의 임기가 만료된 경우에도 후임자가 취임하기 전까지는 그 직무를 수행토록 명시돼 있다.

지난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들은 이 같은 규약을 바탕으로 직전 임원들의 임기를 3개월 더 연장, 이들이 전국체전 성공개최를 통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제주도지사의 임기와 맞춰야 한다’는 의미만 부각시켜 전임 집행부 임원의 임기를 민선 5기 도정이 끝나는 6월 30일까지로 못 박아 송승천 전 상임부회장을 비롯한 직전 임원진에 대한 체육계의 연임 의견은 묵살된 것이다.

‘후임자 취임 전까지는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규정도 이번 인사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송 전 상임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임기종료 후 별도의 환송연 없이 조용히 퇴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상임부회장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그 직무를 수행해야 했지만 도지사임기와 함께 해야 한다는 압박에 더 이상 체육회로 출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전국체전 석 달여 앞둔 시점에서 상임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진 구성에 한 달가량을 허비하면서 관련 업무에도 큰 차질을 빚었다.

그동안 “역대 최고의 상임부회장이었다”는 비교적 좋은 평을 들었던 송 전 상임부회장이지만, 우근민 지사의 측근이란 이유로 이번 인사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체육계 안팎의 중론이다.

새 집행부 구성과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새로운 지사가 새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요인을 배치하는 것이다. 너무 부정적으로 만 생각할 게 아니”라며 “그동안 그분이 해 왔던 일들이 있기 때문에 별도의 지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송 전 상임부회장은 “그런 내용을 전해들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송 전 상임부회장은 “지난 시간 제주체육 발전과 전국체전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면서 “이번 임원 구성에 대한 불만은 없다. 다만 마무리를 못해 조금 아쉬울 다름”이라고 전했다.

이어 “새 집행부가 구성이 됐으니, 그들이 잘 해 나갈 것”이라며 “체육회 임원은 선수 경기력 향상과 선수관리,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좋은 훈련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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